
카메라 대신 '자동 비행 셀피 드론'을 선택했습니다. 2026년 여행의 새로운 풍경
- Review, Technology, Hardware
- 05 Aug, 2026
몇 년 전만 해도 여행지에서 괜찮은 사진 한 장 건지려면 꽤나 민망하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죠. 배경이 예쁜 곳을 매의 눈으로 스캔한 다음, 내 폰을 들고 도망가지 않을 것 같은 선량한 인상의 사람을 찾아 부탁하고, 묘하게 초점이 나갔거나 구도가 엉망인 사진 십여 장을 찍어주실 때까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어야 했습니다. 그게 아니면 주섬주섬 셀카봉을 꺼내야 했고요.
초기 모델인 HOVERAir X1이나 DJI Neo 같은 주머니 크기의 초소형 드론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저 신기한 장난감 정도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저는 주말여행을 갈 때 더 이상 전통적인 카메라를 챙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제 최고의 여행 메이트는 자켓 주머니에 살다가 손바닥 위에서 날아오르고, 마치 훈련받은 로봇 매처럼 저를 졸졸 따라다니는 130g짜리 플라스틱 덩어리입니다.
컴패니언 드론(Companion Drone)과 함께하는 일상은 제 삶을 기록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몇 달 동안 이 녀석에게 온전히 촬영을 맡겨본 경험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자유로우면서도, 약간은 디스토피아적인 묘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나만의 전속 항공 촬영 기사가 24시간 따라다닌다는 건 과연 어떤 느낌일까요?
세팅 시간이 사라진 마법
가장 극적인 변화는 멋진 항공뷰를 얻게 되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촬영을 위한 '준비 시간'이 완전히 증발했다는 것이죠. 예전 드론들은 가방에서 꺼내 날개를 펴고, 스마트폰과 조종기를 연결한 뒤, GPS 신호가 잡힐 때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비로소 조종간을 잡아야 했습니다. 저는 제 삶의 주인공이 아니라 그저 '드론 조종사'가 되어야 했죠.
하지만 지금 제가 쓰는 컴패니언 드론은 아예 조종기 자체가 없습니다.
그냥 주머니에서 꺼내 기체에 달린 물리 버튼 하나를 눌러 '팔로우(따라오기)'나 '오빗(주변 맴돌기)' 같은 비행 모드를 선택하고 공중에 살짝 놓아주면 끝입니다. 내장된 컴퓨터 비전과 AI 피사체 추적 기술 덕분에 곧바로 제자리에 맴돌며 저를 완벽한 구도로 담아냅니다. 심지어 GPS에 크게 의존하지도 않아요. 하단에 장착된 비전 센서로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매핑하고 장애물을 척척 피해갑니다.
지난달 오리건주의 울창한 숲길을 하이킹할 때, 그냥 드론을 공중으로 가볍게 던졌습니다. 드론은 나뭇가지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제 뒤를 묵묵히 따라왔고, 영상 한가운데 저를 정확히 배치했습니다. 촬영을 끝내고 싶을 땐 그저 손바닥을 내밀면 부드럽게 착륙하며 모터가 스르륵 꺼집니다. 이 모든 과정이 몇 초면 끝나다 보니, 정말 숨 쉬듯 자연스럽게 기기를 '사용'하게 됩니다.
날아다니는 삼각대와 사람들의 시선
사실 가장 큰 장벽은 기술력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는 사회적 불안감이었습니다.
예전에 공공장소에서 드론을 날린다는 건 대놓고 이목을 끄는 민폐 행위처럼 느껴졌어요. 시끄럽고, 왠지 위협적으로 생겼고, "나 여기 사진 찍는다!"라고 동네방네 광고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최신 컴패니언 드론들은 이 소음 문제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쳤습니다. 물론 아예 무음은 아니지만, 예전의 찢어지는 듯한 고주파 소음 대신 주변 백색소음에 묻히는 낮고 부드러운 윙윙거림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 디자인 자체가 사람들에게 위협을 주지 않습니다. 프로펠러가 안전망(케이지) 안에 완전히 가려져 있어서, 사람들이 볼 때 손가락이 다칠까 봐 겁내지 않거든요. 오히려 가던 길을 멈추고 신기한 듯 가리키며 "와, 저거 혼자 알아서 따라다니는 거예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기기는 본질적으로 '날아다니는 삼각대'의 개념을 대중화시켰습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해변에서 드론을 띄웠을 때, 제 몇 발짝 떨어져서 공중에 머물며 재빠르게 연사를 찍고 바로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무거운 진짜 삼각대를 낑낑대며 설치하거나 모르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눈치도 덜 보입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아쉬운 점들
로봇 카메라 감독을 곁에 두는 것이 마법 같긴 하지만, 아직 기술이 완벽한 건 아닙니다.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역시 배터리입니다. 항공 규제를 피하기 위해 (250g 미만으로) 무게를 극한으로 줄이다 보니 큰 배터리를 넣을 공간이 없습니다. 한 번 충전하면 실제로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은 고작 12~15분 남짓입니다. 애초에 3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찍으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라, 특정 순간을 30초짜리 숏폼으로 남기기 위한 용도니까요. 저는 보조배터리 역할을 겸하는 충전 케이스에 여분 배터리 두 개를 챙겨 다니는데, 항상 배터리 잔량을 신경 써야 하는 건 은근한 스트레스입니다.
바람도 큰 적입니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짐벌 안정화 기술은 흑마법에 가깝지만, 130g짜리 가벼운 플라스틱 덩어리가 거센 바닷바람을 물리적으로 이겨낼 순 없습니다. 해안가 절벽에서 강한 맞바람에 밀려 바다 쪽으로 휩쓸려 가는 드론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게다가 오디오 문제는 해결되긴 했지만 여전히 번거롭습니다. 드론 자체가 소음을 내기 때문에 기체에 달린 마이크는 사실상 무용지물입니다. 깔끔한 목소리를 담으려면 무선 핀마이크를 옷에 차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영상과 오디오를 동기화해야 합니다. 성능은 훌륭하지만, 충전하고 챙겨야 할 기기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일상을 기록하는 새로운 기준
우리는 이제 '사진을 찍는' 시대를 지나 '장면(Scene)을 캡처하는' 시대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알아서 내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고, 극적으로 줌아웃을 하며 넓은 풍경을 보여주거나, 달리는 내 뒤를 바짝 쫓아오는 드론 덕분에 개인의 일상 기록이 마치 예산 빵빵한 광고 영상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영화 같은 촬영 기법을 누릴 수 있게 된 셈이죠.
하지만 동시에 카메라 뒤에 숨는 대신 카메라 앞의 피사체로 존재해야만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드론이 촬영을 전담하게 되면서, 저는 갑자기 제 영상의 주인공이 되어버렸습니다. 혼자 여행하거나 커플이 함께 찍힌 사진을 남기고 싶을 땐 최고지만, 허공에 떠 있는 플라스틱 기계를 향해 표정을 짓고 연기하는 상황에 어느 정도 뻔뻔해져야 합니다.
물론 저에게는 그 약간의 민망함을 감수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추억을 남기기 위해 겪어야 했던 수많은 귀찮음이 0에 수렴하게 되었으니까요. 폰을 떨어뜨릴까 봐 노심초사하거나 낯선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제 제 카메라는 하늘을 납니다. 여행이 우리가 꿈꿨던 바로 그 미래의 모습에 한 뼘 더 가까워진 기분입니다.





















































































































































































































































